작성일 : 11-05-19 16:20
천하디 천한 부부사이
 글쓴이 : 아나기
조회 : 4,186  

새빨간 김치찌게를 얼굴에 묻혀가며 정신없이 떠먹고 있는 남편,

중간중간 꺼억꺼억 트림을 한다.

허겁지겁 밥 한 공기를 뚝닥 비우고 배를 두드리며 일어난다.

그 순간 배에 힘을 주는가 싶더니

뿌웅하고 방귀소리를 낸다. 질린 듯이 바라보고 있던 아내가

드디어 "으아악!" 비명을 지른다.

"당신 정말 그렇게 예의없이 굴레?" 오래 전에 보았던 TV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여자는
방귀대장인 남편에게 질색해서 대학교 동창생과 바람이 난다.

여자가 바람이 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한 장면이었을테지만,

나는 그게 과연 바람을
피울만한 정당한 이유인지 얼떨떨하다.

또 다른 장면은 이러하다. 여자는 드디어 휴일 하루 몰래 나와서

그 동창생과 피크닉을 간다.

푸른 초원에 돗자리를 펼쳐 놓고 등나무 대바구니를 펼쳐서

남자친구가 손수 만든 예쁜 샌드위치를
먹는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부드럽고 모든 분위기가 완벽하다.

그런데 그녀가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잠깐 혼자 걷겠다면서 꽃밭 쪽으로 간다.

그리곤 꽃에 코를 대면서 그윽한 향기를 음미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뽀오옹~~ 사실 그녀는 방귀를 뀌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던 것이다.

드라마 내내 여자는 편하게 방귀뀌고 트림할 수 있는 남편과,

방귀는커녕 볼록 나온 뱃살을

들킬가봐 심호흡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친구사이에서 갈등했다.

모든 사랑은 셀렘과 떨림, 두근거림으로 시작해서 친근함,
 
더 나아가 무덤덤함, 무의식의
상태에 귀착하기 마련이다.

안전하게 귀착하면 이제 옆에서 코를 후비던 비듬을

털어내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모든 결혼은 사랑을 생활화 시킨다.

솔직히 말해서 생활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혼은

그 생명력이 의심스럽다.

결혼해서 남편 앞에서 트림도 제대로 못한다면 답답해서

30~40년을어떻게 살겠는가.

남들 앞에서는 생리적 욕구표현을 삼가는 것이 예의다.

그래서 밖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코 한번 푸는 것도 조심스럽다.

남자중에 툭하면 가래침을 뱉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비위가

상해서 먹었던 커피까지 올라 올 지경이다.

하지만 가족은 다르다. 가족은 이런 모습을 늘상 보여주고 사는 사람이다.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적어도 집에 와서 가족 품에 안기면

하루 종일 긴장한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고 방귀든

트림이든 남에 대한 험담이든 나오는 대로 내버려둘 수 있어야 하다고 생각한다.

부부사이에 무슨 예의가 필요한가. 천하면 천 할 수록 좋은게 부부 사이다.

물론 이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용숙의 두번 째 책 "결혼大사기극" 1장 결혼! 중에서>


헬렌 12-03-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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