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5-19 16:05
결혼하면 동물이 된다?
 글쓴이 : 아나기
조회 : 4,090  

나는 결혼 전에 책은 많이 못 읽었지만 영화는 꽤 봤었다.

특히 야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했다.

<임나누엘부인>이나 <차탈레부인의 사랑> 같은 영화는 해외 출장 때 꼭 챙겨보곤했다.

야한
에서 쾌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여자들이 못 보는 영화 남자들만 보는 영호를 본다는 쾌감이
더 컸다.

비행기를 타면서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다니면 남들 못하는 해외여행을 하는 것도 좋았었다.

하와이 같은 곳에서 발린댄서들의 공연을 보면서 문화적 자부심도 느꼈었다.

그런데 결혼 후부터, 나의 문화생활은 메말라갔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커녕 책 한 줄,

신문 헤드라인 하나도 제대로 읽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설겆이

하고, 점심메뮤 걱정하고, 저녁메뉴 걱정하고, 먹고 씻고 자고...

내 삶이 점점 동물처럼 원시적으로 변해갔다.

허덕거리며 생존과 본능에 관련된 일만
반복적으로하고 있었다.

그때 내 꼴이 너무 우스웠고 이렇게 무식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억지도 신문도 읽고 어려운

책도 챙겨보고 했었다. 그리고 남편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사회적 질문을 해대면서 역시 말도 안

되는 백전백패의 논쟁을 시도하곤 했었다. 아마도 내 자신이 점점 더 무식해지고 있다는 걸

남편에게 들키기 싫은 콤플렉스의 발로였으리라.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 먹고 입고 자는 생리적 욕구이외에도 머리를 채우려는 의(意 )에 대한

욕구가강한 것 같다. 아무리 산해진미를 배 불리 먹고

비단잠옷을 몸에 걸쳐도 머리가 텅 비면
마음이 공허하다.

그런데 그렇게 공허해진 마음을 책이나 새로은 지식으로 채우기보다 오히려 동물적인 것에 더

매달리는건 또 왜 일까? 마음이 공허한 사람일수록

모피코트와 프라다 핸드백에 침을 흘리고

남편과의 섹스 회수가 부족하다면서 밖으로 나돈다.

한마디로 동물이 되면 자꾸만 동물적인 것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화는 결혼생활을 위기로 몰고간다. 아내가 하루종일 잘 먹고 잘 입는 궁리만 하고

있으니, 남편들은 집에 오는게 무서울 정도다. 그저 입만 열면 돈 얘기다. 그리고 멋지게

환상적으로 섹스해 달라고 한다. 일주일에 2회 이상 해 달라고 한다.

남편은 그저 도망만 가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동물적으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주입하느라 정신이 없다. 명문대에 들어가라.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 의사나 변호사와 결혼해라. 저 여자가 더 예쁘다.....

동물화는 욕심을 부르고 욕심은 불행을 부른다. 아들을 명문대 보내는 것에 목슴을 걸고 사는 여자들은

그 목표가 실패 할 때 어떤 배신감에 시달릴까?

애초부터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편하게 살터인데.

내가 아줌마 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처럼 마음의 공허를 동물적 욕심으로 채우려고 하는 아둠마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사실 그들이 허기진 것은 밥도 아니고 섹스고 아니다.

그들은 으(意)에 허기가 졌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엉뚱한 것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용숙의 두번 째 책 "결혼 大 사기극" 1장 결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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