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5-19 16:01
돈, 돈, 돈이 문제다
 글쓴이 : 아나기
조회 : 4,221  

내가 아는 한 언니는 남편이 IMF 때 실직을 당하고 벌였던 사업도 망하자 이혼을 원했다.

두 아들은 서둘러서 군대를 보냈고 언니는 친정으로 남편은 본가로, 그렇게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 언니는 작은 전세집 하나를 얻어서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늘 돈 걱정에 묻혀산다.

알고 지내는 한 작가는 1년 전 결혼을 할 때만 해도 정말 좋은 남자를 잡았다고 소문이 무성했었다.

강남에서 유명한 변호사라는 그 남편은 주식에 손을 댔다가 큰 돈을 날렸고 그러다가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법률사무소에서도 쫓겨났다.

그리고 한 두 달 전인가, 그 작가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획실히, 이렇게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는 우리의 이혼율은 돈 때문인 것 같다. 돈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해도 돈에서 시작된 불운이 이혼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돈이 행복도 만들고 불행도 만든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혈안이 돼서 돈 많은 남자, 직장이

튼튼한 남자, 잡안이 빵빵한 남자를 찾는가 보다.

요즈음은 남자들도 영악해져서 집에서 노는 여자는 쳐자보지도 않는다. 중매시장에서는 직업이

있어야 회원가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약사나 공무원, 중고등학교 교사가 최고인기다.

결혼을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돈이 떠오르고,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의 능력과 미래를 계산하며

곧바로 손해보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을 찾겠다는 생각이 떠 오르니,

결혼은 확실히 경제적
선택이 되었다.

덩달아 이혼 역시 경제적 선택이며, 우리가 아무리 사랑이며 이별이며 예쁘게

포장을 해도 현실에서는 돈이 관련된 경우가 너무나 많다.

결혼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확실히 돈이다.

돈 때문에 파탄나는 가정을 너무 많이 보아서 가슴이 아프다. 사람인생이 돈에 좌우된다는게

서글프기도 하고, 우리가 꼭 그렇게 돈에 매달려 살아야 하는 것인지 착찹한 심정도 든다.

나는 결혼 후 30대 때부터 한동안 돈에 매달려 살았다. 남편주도로 시작된 옷장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내 일이 되었다. 한 때는 돈 버는 재미에 눈에 뵈는게 없었다. 남편도 아이

얼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로 열심히 경제활동을 했는데, 정말 망하고 나서 깨달은

것은 남편도 아들도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빚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아이는 나를 싫어하고, 인샌은 허무하고......

내 인생의 최대의
위기였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돈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것인가? 사업이 망했다고 인생까지

망치게 되는건가? 사실 나의 판단착오로 사업이 망한 것까지는 받아들일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가정까지 망한다면, 그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까짓 돈 때문에? 내가 돈 때문에 이혼녀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오히려 망하면서 가족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남편이 나에게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아들의 마음은 또 어떠한지, 눈물을 흘리면서 대화 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굳게

잠겼던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나는 돈을 잃은 대신 가족을 되찾았다.

나는 지금도 몇 년 째 계속 가난과 전쟁중이다. 그런데 예전처럼 돈에 매달리지 않고 사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낮에는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고 밤에는 지친 몸을 뉘일

따뜻한 방이 있고, 함께 고민과 충고를 교환할 가족이 있음에 감사한다.

돈은 내가 용을 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냥 내 할 일 열심히 하면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가족은 힘들 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여야 한다. 힘들 때 버리는 건 배신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거꾸로다. 힘들면 서로 할퀴고 물어 뜯는다.

남보다 더 끔찍한 상처를 입히고 등을 돌리고 저만치

가 버린다. 가족이 화목한 홈드라마가 아니가 공포영화가 되었다.

꼭 그래야 할까? 그 까짓 돈 때문에? 그 까짓 돈 때문에!

<용숙의 두번 째 책 "결혼 大사기극" 1장 -결혼 이렇게 생각하니 편하드라- 중에서>


 
   
 

twitter facebook 다음카페 네이버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