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5-17 17:11
결혼, 보험처럼 적금처럼...
 글쓴이 : 아나기
조회 : 3,877  

언젠가 어느 공무원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로 남자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주제를 가족의 대화로 잡고 아저씨들에게 주로

아내와 무슨대화를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뭐, 아이들 교육얘기가 대부분이죠. 결국 돈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고,"

10명중 8,9명이 똑 같은 얘기를 했다. 그래서 집에 가면 아내와 말을 하기보다는

묵묵히 TV만 보다가 잠자는 게 속 편하다고 한다.

나는 아내들의 말을 전했다. 남편과 뭔가 진지하게 속내를 얘기하고 싶은데 말만

걸면 피곤하다며 내일 얘기하다고 한단다.

그래서 서둘러 잔소리를 퍼붓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돈 얘기를 하게 된단다.

시실은 그게 아닌데...부부들은 정말 대화하고 싶은데...진심은 그렇지 않은데 그

진심을 보여주기까지 너무나 많은 현실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다.

강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공무원아저씨들과 어울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책임자였던 과장아저씨와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제가 사실은 한 번 이혼을 당할 뻔 했습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 후론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 하려고 노력하면서

삽니다." 아저씨의 스토리는 이러했다. 결혼을 일찍해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큰 아이가 벌써 중핵생이다. 서른 중반에 젊은 아가씨를 만나서 짜릿한

바람을 피웠다.아내에게 들켰는데 자기가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고 뻔뻔하게

나가는 바람에(주위 남자들이 그렇게 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이혼을

요구당했다고 한다. 까짓거 하면 하는 거지 싶어서 이혼을 하기로 했는데,

두 아이가 아빠는 필요없다고 하는 거 아닌가!

"아빠는 매일 바쁘다 그러구, 늦게 들어오구, 우리는 귀찮아하구, 바람도 피우고,

우리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우리를 키운다구 그래요?"

두 눈을 빤히 뜨고 또박또박 얘기를 하는 딸 아이의 얼굴에 그는 맥이 탁 풀렸다.

정말 인생을 잘 못 살았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후로 아저씨는 아내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단다. 아이들에게도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아빠가 노력할 테니까

엄마 마음을 돌려달라고
애원을 했단다.

덕분에 부서질뻔했던 가정은 다시 물쳤고,

방황하던 가장은 집으로 돌아가서
좋은 아빠가 되었다.

그는 아이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 두러움이 밀려왔다고 한다. 10년 후의 일이

깜깜해지면서 '이러다가는 내거 정말 외롭겠구나. 늙어서 비참해지겠구나!'

오싹해졌다고 한다. 10년이면 먼 것도 아닌데 그걸 모르고 젊은 여자에 매달려

한 순간의 위안을 찾는 어리석은 꼴이라니~

그는 지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모든 여유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다.

가장이라는 권위하에 마음대로 굴고 싶어질 때가 있지만, 적금 붓는 심정으로

보험금 내는 심정으로 최대한 잘 하려고 노력한단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존경받는 남편이 되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가진 것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순간순간 성실하게 불입하지

않으면 보험을 자동으로 계약해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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