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11-24 15:42
아나기 도시텃밭 가꾸기 현장 체험보고서 천혜란 어머님
 글쓴이 : 김용숙
조회 : 3,614  


어느덧 세월이 흘러 마흔을 훌쩍 넘어 아줌마의 신분이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는 얼마전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아나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접한 모임임에도 낯설지 않았던 건 어린시절에 남아 있는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표어가 생각났기 때문인거 같다.

곱씹을수록 예쁜이름이다.

.. .. ..

웬지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나를 향한 응원구호 같기도 하다.

그런 아나기 모임에서 오늘 도시텃밭가꾸기 현장 체험을 다녀왔다.

10시까지 딸아이 학교앞에 모여 여고생마냥 들뜬 마음으로 작은 버스에 올라타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설레이며 자리에 앉았다.

차창틈새로 단풍진 가을이 바람을 따라 전해 왔고

우리는 좋아라 신바람과 가을바람을 느끼며 여정을 시작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군포에 있는 귀농시범단지였다.

그곳에서는 귀농을 준비하거나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토지를 분양 받아 일정기간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경험과 조언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안에서 스스로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며 비닐몰딩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인분과 인뇨를

기본으로 음식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밭고랑 사이사이 정성스레 쌓아둔 소변을 담은 페트병과 소변과 대변을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든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안에는 지푸라기가 바닥에 깔려져 있었고 그 짚과 대변을 같이 수거하여 소변과 분리하여

발효를 시킨다한다.

농법이나 작물에 익숙해 있지 않는 우리에겐 하나하나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 우리를 고랑 고랑 헤치며 설명해주신 젊은 여성 강사님의 순수하게 웃음짓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실제로 귀농 계획을 가진 강사님은 농부이신 아버님과 소통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남은 음식물과 볏짚을 켜켜로 쌓아 발효시키는 커다란 통을 열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뒤적거리는

스물 여섯 젊은 강사의 모습은 기특하게 마저 보인다.

눌러 쓴 모자 아래로 보이는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모습에서는 자연을 상대로 배우는 순리과 겸손이

엿보였고 더불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와 동시대를 살아 가고 있음에 나역시 희망과 감사을 느끼게 되었다.

음식물과 소변 등은 6개월 이상 발효 시킨다하니 수확의 기쁨도 역시 기다림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의 아쉬운 여정을 뒤로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둔촌동에 있는 도시텃밭을 향했다.

둔촌텃밭단지에서 1600구좌를 분양받은 구민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의 밭을 정성껏 돌보고 있었다.

밭을 돌며 이밭 저밭을 구경하다보니 저마다 주인의 성격이나 엿볼수 있음에 웃음이 나온다.

저 밭의 주인은 한치의 공간도 없이 욕심껏 심은 걸 보니 의욕이 충만한 초보 농사꾼인가 보다.

저 밭의 주인은 배추와 무를 많이 심은 걸 보니 나눠줄 아들, 딸이 많은가 보다.

저 밭의 주인은 봉숭아며 상추며 당근 등 많은 종류를 조금씩 골고루 심은 걸 보니 어린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은게 많았는가 보다.

우리가 체험하는 중간 중간에도 밭의 주인들은 각자의 작물을 돌아보며 다소 서툰 모습으로 배추통을

묶기도 하고 열무를 솎아 내기도 했다.

조금 못난 배추라도 애지중지 자식을 거두듯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해가 뉘엿뉘엿 저물때쯤 우리는 도시텃밭 안내를 해 주신 선생님이 읽어 주신 '오늘만이라도 이렇게

살았으면'이라는 글을 읊조리며 잔잔한 감동으로 따뜻해진 가슴을 안고 다시 학교로 향하였다.

오늘 하루는 원칙을 지키며 약속한만큼 정직한 수확을 안겨주는 자연을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았거나

막연했던 지금의 나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뒤돌아 볼수 있는 날이었다.

아줌마임을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여기고 이제 이 사회에서 내가 우리 아이들과 후손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기둥으로서의 몫을 곰곰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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