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11-24 15:36
미래의 텃밭을 꿈꾸며....한성여고 한양숙 어머니
 글쓴이 : 김용숙
조회 : 3,446  

112일 수요일 텃밭 체험을 가는 날.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한성여고 교문에 도착했을 때
, 교감 선생님과 같이 계시는 김용숙대표님을 보면서

방송에서 나오신 분인데 여기 왠일일까
? 바로 궁금증이 풀렸다.

아나기 대표님으로 오늘 텃밭 체험을 주체하신 분이란 걸 알고

즐거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

간사님이 오늘의 일정과 안내 사항을 얘기하고 막히는 시내 도로에서

부회장님의 입담으로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을 웃고 떠들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모습. 유치원에서 현장 체험을 왔는가 보다

아이들이 자기키와 비슷한 무들을 낑낑거리며 옮기는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우리들을

반겨 주는데 우리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피어나오게 했다
.

밭에는 풍성한 수확물이, 앞산에는 알록달록 단풍이, 뒤쪽에 저수지가 펼쳐지는 풍경

에 넋 놓고 자연에 빠져든다
.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대 자연의 풍성함이 날 반

기는데
, 도시생활에 찌들어 보냈던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

본다
.

군포와 강동구 둔촌동에서 텃밭을 돌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두 분의 목소리는 들

떠 있었고
, 얼굴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특히 강동구는 아직도 농지가 많이 있어 시민 농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신청자

에게 텃밭을 분양할 때 반은 강동구에서 내고 반은 신청자가 부담을 한다
. 귀농운동 추

진본부 텃밭보급소에서는 퇴비를 직접 만들어서 보급하는 기술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

분양된 텃밭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계좌. 배추, , 상추, 갓 등이 탐스럽게 자란 모습

을 보고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질렀다
. 어떤 분이 주인일까? 잠시 후 텃밭 주인

인 할머니와 두 남매가 오는 것을 보고

얘들아 너희들은 참 좋겠다.”

할머니 농사 참 잘 지으셨네요.”

한마디씩 하면서 강동구민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근처에 이런 텃밭을 분양받아 가족들과 친환경 채소를 직접 재배해서 먹을 수 있고,

흙을 밟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

지난 5월 어느 날 거실 스피커를 통해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중앙 공원에서 충북 음성 고추를 선착순으로 나눠 드리고 있습니다.”

한참 점심 준비를 하던 나는 남편에게 받아오라 등 떠밀었고, 남편은 한참을 줄선 후

고추 두 그루 심어있는 화분 하나를 들고 왔다
.

제법 많이 자란 게 꽃도 피어있는 화분을 어디에 두고 키워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화초를 키운 경험상 베란다에는 화초들을 아주 연약하게 자라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비와 바람과 햇빛이 공존하는 에어컨 실외기 놓는 자리가 적당한 장소라고 결론을 내

렸다
.

그 날부터 그럴싸한 텃밭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의 고추 키우기 사랑은 시작된다. 남편

은 출근 인사 대신에
고추 화분에 물 잊어버리지 말고 줘라라고 말하면

알았어요.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큰 소리 쳤지만 하루 종일 집안일 하다보면 깜박 잊어버리기 일쑤.

빨래를 널기 위해 베란다에 갔다가 축 늘어진 고춧잎을 보면서 물주기를 몇 번이던가.

남편은 시간만 나면 고추 잘 크고 있나. 언제 쯤 고추를 따서 먹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자주 들락 거렸고 이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처음으로 우리 가족의 주말 밥상에 고추

네 개가 올라왔다
. 친환경적인 유기농 고추라고 한참을 떠드는 엄마를 보면서 야채를

싫어하는 다윤이도
, 뭐든지 잘 먹는 희수도 쌈장에 찍어 한 입씩 베어 먹는다.

시장에서 사 먹는 고추보다 아주 작지만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미묘한 맛이 가미된 고

추를 먹으면서 내년에는 상추를 심어 볼까 한다
.

사실 저와 남편은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서 인지 주위에서 텃밭을 하고 계신 분들을 보

면 부럽기도 하지만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 고추농사를 지

으실 때는 손자를 키우시는 것처럼 지극 정성으로 농사를 지으시기 때문에 저는 어머

님과 전화 통화 할 때
어머님, 고추손자 잘 크고 있어요?”

어머님께서는

허허허

시골 소녀처럼 수줍게 웃으시며 동네에서 제일 잘 됐다고 큰 소리로 자랑 하신다.

이 농작물들은 택배를 통해 시시 때때로 배달된다.

봄에는 상추
, 마늘, 취나물, 여름에는 양파, 고추, 호박, 가지, 가을에는 땅콩, 참깨, ,

쌀 등 심지어는 김장 할 때 쯤 무
, 생강, 쪽파 등을 보내 주시기 때문에 텃밭 농사를

미루고 있는지 모르겠다
.

남편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정년퇴직 후 시골로 내려가 텃밭을 가꾸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이런 남편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은 시골 땅을 팔지 못하고 남에게 논농사를 맡겨서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
.

남편 정년이 10년 정도 남았는데 다윤이와 희수는 그 때쯤이면 꿈꾸어 왔던 선생님과

바둑기사 되어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우리부부는 고향에

삶을 터전을 마련하고 자식들이 필요할 때 쉬어갈 수 있는

행복한 정년 후를 꿈꾸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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